Page 9 - 2022년10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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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머무는 동안 블로벨과 나탈리아는 우크라이나의 위
            험 지역에 사는 마리나의 가족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마리나는 “많은 친척과 친구들이 아직 그곳에 있어요”라며
            “증조할머니는 집을 떠나려 하지 않았죠”라고 전했다. 친
            구 중 마리나가 도울 수 있었던 한 사람은 미로슬라바였다.

            우크라이나에서 번역가로 일했던 미로슬라바는 마리나가
            독일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편지를 보내
            자신도 갈 수 있는지 물었다.

            그녀 역시 마리나처럼 매일 공습 사이렌이 울려대는 체르
            니우치에 살고 있었다. “안전한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숙사로 돌아갈 거고 모든 게 괜찮을 거라는 생각. 다른 하
            않았죠”라는 미로슬라바. 그녀는 영어를 할 줄 알았고, 어                  나는 만약 그렇지 않다면 돌아올 수 없을 거고 지금 가지고
            깨까지 오는 프랑스식으로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하고 있                    갈 것들이 내가 가진 전부일 거라는 것이었죠.”

            었다. “아이들도 안전하지 않았고요. 뉴스에서 하르키우의                   그들은 먼저 흐멜니츠키 지역의 작은 도시인 셰페티우카에
            아이들을 봤어요. 그 아이들은 먹을 것도 없었죠. 저는 기                  있는 이웃의 고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며칠을 머문 뒤
            다리고만 있지 않기로 했어요. 제 아이들에게 그런 일이 일                  러시아 군인들이 셰페티우카로 근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

            어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바로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어                   고는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향했다. 엄마와 연락이 닿은 안
            요.” 라이온스는 미로슬라바와 그녀의 두 아들, 시어머니                   나는 엄마와 두 자매가 독일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
            를 독일로 데려왔다. 그리고 마리나의 경우처럼 미로슬라                    고, 결국은 그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바의 남편도 싸우기 위해 그곳에 남았다.                            다시 돌아갈 때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로 생각한 안
            “남편은 남아 있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나라, 땅, 집을 지                 나는 기숙사를 떠날 때 공부를 계속하려고 노트북을 챙겨
            켜야 하니까요. 그를 남겨 두고 오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공부에 동기부여를 하는 게 어렵

            다른 방법이 없었죠. 다른 방법이 없어요.”                          다. 안나는 눈물을 삼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은
                                                              노트북 대신 다른 걸 가져왔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떠남
            미로슬라바와 마리나는 라이온스의 도움으로 독일로 피신                     돌아감

            한 다른 많은 피난민처럼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고 싶어요”라는 안나. “라이온스와
            한 마음이지만 슬픔은 아직 너무나 크다.                            독일 사람들 그리고 독일 정부가 우리에게 해준 일에 정말

            키이우에 있는 국립의과대학 학생인 22세의 안나. 그녀의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이곳이 저의 집은 아니
            짙은 금발머리는 단정하게 빗겨져 있고, 얼굴에는 금색 철                   죠. 그리고 우리나라는 지금 불타고 있어요.”
            테 안경이 가볍게 얹혀 있었다. 안나는 창문 옆 침대에 앉                  블로벨은 “정말 필요한 일은 전쟁을 끝내는 것입니다”라며
            아 있었고, 낮의 환한 햇빛은 침구 위로 부드럽게 스며들어                  “이건 라이온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우린 평화를

            있었다. 그녀는 전쟁이 발발한 첫날 이웃들과 함께 도망쳐                   옹호하고, 인류애를 지지하고, 원조하고 기부할 수 있습니
            나왔다. 안나는 “그곳을 떠나올 때 저는 벌어질 수 있는 일                 다. 하지만 우리가 전쟁을 멈출 수는 없으니까요.”
            은 딱 두 가지라고 생각했어요”라며 “하나는 며칠 내로 기                                    글 에린 캐스딘   사진 슈테판 호브마이어



                                                                                                     october 202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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