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2022년5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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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어빌리티 캠프에서
                                                              앤드루는 유전성 안질환인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를 가지고 태어났

                                                              고, 그로 인해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밥은 앤드루가 어렸을 때부터
                                                              여느 다른 아이들처럼 스포츠, 경쟁, 친구들과의 놀이 등을 경험하길
                                                              바랐다. 그래서 밥 부부는 앤드루를 시각장애아 스포츠 캠프인 어빌
                                                              리티 캠프(Camp Abilities)에 보냈다. 캠프에서 앤드루는 하이 로프
                                                              코스(지상 높은 곳에 설치된 로프를 잡고 공중을 걷는 코스)를 오르
                                                              고, 디스크 골프(골프공 대신 플라잉디스크를 홀에 넣는 게임)를 치
                                                              고, 블라인드 하키(Blind Hockey : 시각장애인들이 경기하는 아이스
                                                              하키)에서 골키퍼로 경기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노련한 블라인드 하키팀을 상대하는 미국 대표선수가 되었

                                                              다. 캐나다에서 1970년대부터 시작된 블라인드 하키가 미국에 소개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인 2017년이었다. 블라인드 하키의 규칙은 일
                                                              반 아이스하키 규칙과 동일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일반 아이스하키
                                                              에 비해 사용하는 골대가 더 작고 퍽은 더 크며, 퍽이 볼베어링(Ball
                                                              Bearing : 강철로 된 구슬)으로 꽉 차 있다는 점 등에서 차이가 난
                                                              다. 골키퍼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라는 점도 다른
                                                              점이다.

                                                              청력은 블라인드 하키 골키퍼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이다. 골문을 향
                                                              해 샷이 날아오기 전에 주심은 휘슬을 불어야 하고 패스도 이루어져
                                                              야 한다. 퍽에 있는 볼베어링은 특유의 딸각거리는 소리를 내는데 골
                                                              키퍼는 퍽의 소리를 통해 좋은 수비 위치를 잡고 무릎을 굽히며 퍽을
                                                              막아내야 한다.


                                                              퍽의 소리를 들으며
                                                              경기가 시작되자 앤드루는 휘슬 소리와 볼베어링의 바스락거리는 소
            밥 미드 콜그로브는 신경과민 상태였다. 새로운 하키대드(Hockey             리를 기다리며 집중했다. 캐나다 관중들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

            Dad : 아이스하키를 하는 자녀를 따라다니며 열성적으로 응원하고              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더욱 집중했고 다리를 움직이기
            지원하는 아빠)가 되어 아들 앤드루의 하키 경기에 참여한 밥. 아이             시작했다. 휘슬이 울리고, 퍽이 달가닥거리고, 관중들은 더 크게 소리
            가 긴장했는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 그는 스코어보드를 다루는 이              질렀다. 다시 휘슬이 울렸다. 이제 퍽이 날아올 것이다.
            들 옆에 자리를 잡고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애썼다. 미국팀의 골키             캐나다팀 포워드(공격수)가 퍽을 날렸다. 블라인드 하키에서 앞이 어
            퍼로 캐나다팀과 경기를 치르는 앤드루는 16세로 팀에서 가장 어린              느 정도 보이는 시각장애인은 포워드를, 시각장애의 정도가 더 심한
            선수였다.                                             이들은 수비수를 맡는다. 하지만 여느 하키 경기와 마찬가지로 퍽이
            지금은 자랑스러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며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               수비진의 방어를 뚫고 네트를 향해 오면 수비의 책임은 온전히 골키

            보고 있지만 밥은 그의 아들이 하키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었             퍼의 몫이 된다. 앤드루는 퍽이 빙판에서 솟아오르는 소리를 들었다.
            다. 골대 앞에 우뚝 서 있는 앤드루. 그가 경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기          그리고 글러브를 앞으로 내밀자 퍽이 세차게 부딪쳐왔다. 밥은 큰 숨
            적이었다.                                             을 내쉬었다.


                                                                                                        may 202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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