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2025년9월 라이온지
P. 58

록돼 있다. <동의보감>에는 “식초는 성질이 따뜻하며 맛이                  빚는 법을 처음 알게 된 여러 가지 설 중 ‘원숭이들이 나무
            시고 독이 없어 옹종(종기)을 없애고 혈운(어지럼증)을 부수                 구멍 등에 고인 이상한 물을 마신 뒤 기분 좋게 흥분하는 것

            며 모든 실혈과다, 심통과 인통을 다스리고 어육과 채소의                   을 보고 사람도 술을 알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장 설득력
            독을 소멸시킨다”라고 쓰여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사스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때 술은 포도주일 가능성이 높
            (SARS: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던 2003년, 신종              은데, 자연 상태에 보관한 다른 과일들이 잘 썩는 것과 달리

            플루가 기승을 부린 2009년에 식초 음용 붐이 일기도 했다.                포도는 포도 자체에 포함된 효모로 인해 알코올로 스스로
                                                              발효하는 특별한 과일이기 때문이다.
            곡류·과실→술→식초의 발효 사이클                                효모의 작용은 무척 다양한데, 가장 흔한 것이 당을 발효시

            식초를 이르는 영어 ‘vinegar’는 와인을 뜻하는 라티어                 켜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vinum과 신맛을 뜻하는 acer가 결합해 유래됐다. 사전적                천연식초의 재료가 되는 각종 술을 얻을 수 있다. 효모에 의
            의미는 “당류나 전분질이 풍부한 곡류, 과실류 등이 주원료                  해 당이 에탄올로 변하면 술을 얻을 수 있고, 여기서 초산균
            인 주류를 미생물로 발효시켜 제조한 것”인데, 한마디로 식                  에 의해 한 번 더 발효가 일어나면 식초가 되는 것이다. 초

            초는 상온에 보관한 술이 공기와 접촉해 술 안의 초산균이                   산균은 술 속의 알코올을 신맛이 나는 초산으로 변화시키는
            발효를 일으켜 초산균의 배설물이 신맛을 만들어낸 것이다.                   역할을 한다. 초산균은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별
            식초의 초는 알코올이 더 이상 발효할 수 없는 상태의 것으                  도로 초산균을 넣지 않더라도 일정한 조건만 맞으면 술이

            로, 식초는 음식 발효의 최종 형태라 할 수 있다.                      식초로 변하는데, 그래도 실패 없이 식초를 얻기 위해서는
            따라서 식초를 만들려면 술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인간이 술                  인위적으로 초산균을 넣는 것이 안전하다. 이때 이용하는
                                                              것이 바로 ‘씨 식초’라 불리는 종초(식초가 되기 위해 필요한

                                                              초산균을 대량으로 증식해놓은 액체)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드는 천연 발효식초는 양조식초에 해당
                                                              한다. 시판하는 양조식초는 원재료에 알코올 상태인 곡물의

                                                              주정을 넣고 초산 발효시키거나, 적합한 효모를 주입해 단
                                                              기간에 제조한다. 식초를 만들 때 설탕 등의 당을 넣거나 이
                                                              스트같이 발효를 촉진하는 재료를 넣는 이유는 발효가 빠르
                                                              게 진행되면서 식초의 질도 높아지기 때문. 양조식초의 종

                                                              류에는 쌀, 옥수수, 밀, 보리 등으로 만든 곡류식초인 현미
                                                              식초, 몰트(맥아)식초, 흑초, 막걸리식초 등이 있고 사과나

                                                              포도 등의 과일을 이용해 알코올 발효 과정을 거쳐서 만든
                                                              과일식초에는 감식초, 매실식초, 포도식초, 사과식초, 포도
                                                              즙으로 만든 발사믹식초 등이 있다. 또 주정식초의 가장 대
                                                              표적 식초에는 포도주를 발효시켜서 만든 와인식초가 있다.

                                                              또 다른 제조 방식인 합성식초는 석유에서 얻는 화학물질
                                                              ‘빙초산’을 주원료로 해 만든다. 순도 99% 이상의 아세트산
                                                              으로 순도가 높은 초산은 상온에서 고체 상태여서 빙초산이



            56       september 2025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