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2025년12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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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후 메줏가루, 고춧가루, 소금을 넣어 담그는 밀가루고추
장이 있다. 그밖에 메줏가루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에 보릿
가루, 엿기름, 고춧가루를 섞어 만드는 무거리고추장도 있
고, 삶은 고구마에 엿기름을 넣어 삭힌 것을 삼베 자루에 넣
어 짜고 이 물을 엿 달이듯 졸여 고춧가루, 메줏가루, 소금
을 넣고 만드는 고구마고추장도 있다.
의학 및 건강, 음식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자연을 가까이하고 자연의 기운이 담긴 음식을 먹으
정성이면 정성, 영양이면 영양!
라고 조언한다. 자연의 기운이 담긴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발
고추장은 온도와 습도 등에 민감해 제조 과정과 보관하는
효식품이다.
데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식품이다. 고추장이 공기에 노출
발효는 인류가 오랜 경험을 통해 찾아낸 식품 가공 방법 중
되면 표면의 색이 검어지고 맛도 나빠지며, ‘곱’이라고 하는
하나인데, 발효식품은 저장성과 맛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유
흰색의 산막 효모가 번식하기 때문에 날씨 좋은 날에는 장
산균과 효모 등 우리 몸에 유익한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독 뚜껑을 열고 햇볕을 쪼여 이를 방지해야 한다. 담근 지
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지역의 경우
얼마 안 되어 부글부글 끓어넘치거나 흰 곰팡이가 피기도
발효식품의 섭취 빈도와 섭취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
하는데 이럴 때는 솥에 쏟아붓고 뭉근한 불에서 달이며 소 으로 높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금을 약간 더 넣는다. 고추장을 만들어 항아리에 담은 후에 발효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1857년 프랑스 생물학자인 파스
도 얼마 동안은 계속 저어주어야 잘 익고 끓어오르지 않으 퇴르에 의해서였다. 파스퇴르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발
며 간도 고루 스민다. 특히 장마철에는 반드시 웃소금을 얹 효력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통해 발효를 ‘산소가 부족한 혐기
고 습기가 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상태에서 일어나는 유기물 분해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이 같은 노고에 보답이라도 하듯 완성된 고추장의 영양은 유기물을 분해한다는 점에서 발효와 부패는 비슷한 듯하지
무척 뛰어나다. 일단 주재료인 고추에는 다량의 비타민 A와 만, 둘은 확실히 구분된다. 예를 들어 밀가루 반죽에 효모를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어 항암 효과가 있으며 심혈관 질환 넣어 발효시키면 반죽 사이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밀가루
을 개선해준다. 그리고 고추장에는 주요 성분인 조단백질, 반죽의 전분이 분해되어 부드러운 빵이 된다. 이렇듯 발효는
일정한 온도, 습도, 산도, 영양 성분을 조절해 원하는 미생물
아미노산성 질소, 유산균, 섬유질 등 풍부한 영양소와 인체
을 다량 자라게 아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반면 부패는
에 유익한 이스테르규르스, 당화 효소, 캡사이신 성분이 많
원하지 않는 미생물이 자라서 발효 과정을 방해하거나, 병원
이 들어 있다. 특히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성 미생물에 오염되어 발효 미생물이 생육할 수 없는 상태로
소화 기능을 촉진해 장 기능 강화에도 도움을 주어 설사를
썩는 것이다.
예방하며, 체지방을 감소시켜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캡
사이신 성분은 메주가 숙성될 때 더욱 많아지기 때문에 고
발효의 정점,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
춧가루보다 고추장에 더 많다는 점도 알아두자.
발효식품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발효가 이
이렇듯 장점이 많은 고추장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절대 빼놓
루어지면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물질이 생겨난다. 사
을 수 없는 식품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식품이라는 점
람의 장속에는 100조 이상의 세균이 살고 있는데 그중에서
과 발효식품 특유의 높은 영양, 다양한 레시피로 응용할 수 몸에 좋은 세균은 우리가 즐겨 먹는 김치, 장류, 젓갈 등에 다
있는 가능성 등 고추장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량 함유된 비피더스균과 유산균이다. 이런 유익균이 장속에
54 december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