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2025년7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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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자라다
            메밀의 원산지는 세계 그 어느 곳도 아닌 강원도일 것만 같

            다. 땅과 공기와 문화 등 강원도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담백
            하고 소박한 맛의 메밀과 무척 잘 어울리기 때문. 그러나
            메밀은 기원전 6000년경 시베리아와 동북아시아 인근 지

            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중앙아시아와 티베트 등지로
            퍼져 나갔고, 중국 연안 지역과 인도에서 본격적으로 재배
            하기 시작했다. 7세기에 들어와 중동과 유럽으로도 전파된

            것으로 보는데, 역시 십자군 전쟁의 영향이 컸다.
            메밀은 아무리 땅이 메마르고 날씨가 추워도 잘 자라며 생
            육 기간이 2~3개월로 짧아 많은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다.
            다른 작물에 비해 일손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메밀의 원산

            지라 할 수 있는 중국은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메밀을 많이 재배하는 지역으로 면, 만두피, 술, 간장, 식
            초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메밀국수를 즐겨 먹는 일본에                  문헌은 그보다 한참 후인 고려 고종 시대(1236~1251) 때

            서는 메밀 수요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 교토에는 무려                   쓴 <향약구급방>으로 알려져 있다.
            550년 전인 1465년부터 메밀가루로 떡이나 과자, 소바(메                사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메밀은 남부 지방에서 많이
            밀국수)를 만들어온 식당이 있다. 각기병이 유행하던 시절                   재배했다. 강원도가 메밀의 주산지로 굳어진 것은 남부 지

            소바가 각기병에 좋다고 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으로 전                   방과 달리 경사지고 거친 산간지가 대부분인 강원도 땅에
            해진다. 몽골에서는 식품뿐 아니라 양봉에 메밀꽃을 이용                    재배할 만한 작물로 메밀이 적당했을 뿐 아니라 1970년대
            하며, 슬로베니아의 경우 메밀 본연의 맛을 즐기기보다 음                   접어들어 막국수, 메밀묵, 메밀부침개 등이 강원도의 향토

            식의 양을 늘리기 위해 빵이나 소시지를 만들 때 사용한 것                  음식으로 알려지면서 이 지역에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
            으로 알려져 있다.                                        다. 메밀 하면 강원도 중에서도 봉평이 떠오르는데, 이효
            현대식 재배는 1950~1960년대에 러시아에서 우량품종을                  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봉평의 메밀밭 풍경을 아름답
            재배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메                     게 묘사한 덕에 우리나라 사람은 메밀과 봉평을 자연스레

            밀은 쌀과 같은 존재인데, 메밀가루로 블리니(팬케이크)를                   연관 지었고, 지역 축제까지 생기면서 대표적 메밀 재배지
            부쳐 먹거나 낱알에 물을 붓고 버터와 소금을 섞은 카샤                    로 인식되었다.

            (죽)를 쑤어 먹는다.                                      강원도 사람들은 봄에 작물을 심었다가 자연재해로 거둘
                                                              것이 없을 때면 논밭을 갈아엎고 메밀을 심었다. 서리가 내
            허기 채우는 강원도 음식에서 우리나라 최고 별미로                       리기 전 70일 정도의 기간만 있으면 메밀을 거둘 수 있었
            우리나라에는 중국에서 메밀이 유입되었는데, 언제 최초로                    고, 메밀의 딱딱한 겉껍데기를 제거하면 손쉽게 분말을 만

            전해졌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전쟁으로 탄화한 663년                  들 수 있어 국수와 묵, 부침개 재료로 널리 사용할 수 있었
            즈음의 메밀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미 5세기 전에 전파되                  기 때문. 밀이 대량으로 들어오기 이전까지 메밀은 현재 밀
            어 이때부터 재배한 것으로 추측한다. 메밀이 기록된 최초                   이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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