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2025년10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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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병장수를 의미하는 추석 음식, 토란 땅속 기운이 옹골차게 들어찬 영양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집집마다 맛있는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향기가 일품인 토란. ‘토란(土卵)’은
추석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추석 하면 어떤 음 땅속에서 나온 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가
식이 떠오르시나요? 송편요? 또 다른 음식은요? 어머, 토실 끔 ‘옹골차고 실속 있다’는 뜻으로 ‘알토란’이라는 표현을 쓰
토실 영양이 가득한 토란을 빼놓으면 섭섭하다고요! 누가 는데, 거기에서 유래한 것이죠. 그만큼 토란이 실속 있고,
뭐래도 추석에는 구수한 토란탕 한 그릇 먹어야 명절 분위 영양가가 풍부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기가 나지 않겠어요?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인 토란은 인도를 거쳐 한국, 중국, 일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예로부터 토란탕은 본으로 전파되었습니다. 토란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뿌리
대표적 추석 음식으로 사랑받아왔습니다. 토란은 십장생과 를 내렸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규보의 <동국이상국
함께 민화에 자주 등장하던 식품이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집(東國李相國集)>에 시골에서 토란국을 먹었다는 기록이
추석 같은 뜻깊은 명절에 무병장수를 의미하는 토란탕을 나 있는 걸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부터 재배해왔다고 추측하고
눠 먹으며 가족의 건강을 기원했습니다. 있습니다.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 명절 쇠어보세/ 신도주, 올벼송편, 담백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 토란은 식량이
박나물, 토란국을/ 산사에 제물하고 이웃집과 나누어 먹세” 부족하던 시절, 감자나 고구마 등과 함께 구황작물 역할을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가 쓴 <농가월령가>의 구 톡톡히 했습니다. 구황작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재미있
절에서 보듯, 토란은 오래전부터 추석 무렵에 즐겨 먹었다 는 일화가 있습니다.
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옛사람들의 토란 사랑은 대단했습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
의 시에는 “향기는 용연(龍涎)과 같은데 희기는 더욱 하얗
고, 맛은 우유 같지만 맑기는 더 맑구나. 감히 남쪽의 농어
회를 놓고 함부로 동파의 옥삼갱과 비교하지 말라”는 내용
이 나옵니다.
보충 설명하자면 ‘옥삼갱’은 미식가로 유명한 소동파 집안에
서 즐겨 먹던 음식으로 흰 빛깔의 죽입니다. 토란으로 끓이
기도 하고, 산마와 쌀을 섞어 끓이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토
란으로 끓인 옥삼갱이 얼마나 맛이 좋고 빛깔이 뛰어나던지
수양제(隋煬帝)가 먹고 감탄했다는 송강의 농어회와도 감
히 비교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소동파의 말을 인용해 말하길 “우
유로 만든다는 하늘나라의 ‘수타( )’라는 음식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땅 위에서는 이보다 맛있는 음식은 없
을 것”이라며 토란을 극찬했습니다. 과장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요? 일단 가을 토란 맛을 한번 보고 말씀하시라
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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