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2022년9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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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을 타고 지역을 휩쓸었다. 불은 메마른 평원을 가로지르는 번개
            처럼 번지며 집과 창고, 5,000마일이 넘는 길이의 철망 울타리뿐 아

            니라 수백 마리의 가축들도 앗아가 버렸다. 15만 에이커가 넘는 땅은
            불에 타 어두운 밤처럼 검게 변해 푸석푸석해졌고, 며칠간 계속 분
            바람으로 재와 먼지가 뒤덮여 하얗게 변해버렸다.
            나토라마에 사는 라 터커 라이온은 “땅은 삶과 이어져 있습니다”라며
            “이곳의 사람들은 여러 세대 동안 이 땅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가축을
            돌봐왔습니다. 땅은 그들의 일부예요”라고 말한다.
            카운티 네 곳을 덮친 불은 하루의 끝자락에서 시작되었고, 바람과 함
            께 이동하며 거의 모든 것에 상처를 냈다. 25채 이상의 집과 창고, 차
            량, 농기구, 스윙 세트 (그네, 미끄럼틀 등), 가축용 사료 공급대 등이

            모두 불에 탔다. 100년도 넘은 돌담 기둥이 무너졌으며, 전신주는 바
            닥 쪽에서부터 타들어갔다.
            “먼지뿐입니다.” 2022년 3월, 매스터스는 집의 창에서 뭐가 보이냐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답했다.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제가
            볼 수 있었던 건 토끼 한 마리였어요. 그게 다였죠. 나무도, 덤불도,
            랜드마크도, 야생동물도 모두 없어졌어요. 모든 게 사라졌습니다. 그
            냥 헐벗은 상태예요.”                                      왔던 이들은 소를 묻기 위해 구덩이를 파야 했다. 소에게 먹였던 건

            은퇴한 교사인 그녀는 가족의 소유지를 따라 30마일이나 뻗어 있는              초더미 약 10만 개도 불타 없어졌다.
            울타리가 망가지고 뒤틀리자 무릎을 꿇고 철조망을 손질하며 며칠을               “사람들은 그저 가축일 뿐이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자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젖병으로 우유를 먹여 송아지를 키웠던 할아              기 애완동물을 잘 아는 것처럼 농부들도 자기 소들을 잘 알고 있어
            버지 헛간이 있던 곳에 쌓인 재를 샅샅이 뒤졌다. 헛간은 할아버지와             요.” 당시 밖에서 벌어진 슬픈 광경을 차마 볼 수 없어 집 안에만 머
            할머니의 오래된 돌집과 함께 산산이 부서져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물렀다는 아널디의 말이다.
                                                              어느 목장주는 소 100마리를 잃었고, 다른 목장주는 80마리 이상을
            모든 것을 앗아간 화재                                      잃었다. 한 남자는 사랑하는 클라이디스데일 말을 끝내 구하지 못했
            너무 어둡고 바람이 세고 위험하여 농부들은 소를 살펴보러 나가거               고, 5월의 홍수 때문에 집을 다시 지어야 했던 또 다른 남자는 이번
            나 소들이 안전한 곳으로 도망갈 수 있도록 울타리를 걷어줄 수도 없             엔 집이 완전히 불에 타 잿더미가 되는 걸 바라봐야 했다.

            었다. 불이 계속되는 동안 그들의 땅에는 극심한 불안감과 두려움, 슬            불로 인해 360개의 건초더미를 잃은 이도 있었다. 러셀과 엘즈워스
            픔이 내려앉았다. 평상시라면 친구와 이웃들을 확인하러 나갔겠지만,              카운티의 비상관리 책임자 키스 하버러는 1개의 건초더미는 1주일간
            당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몇몇은 그러려고 애썼지만 말이              소 6마리를 먹일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살아남은 소를 먹이기
            다. 모두 헛일이었다.                                      위해 불타버린 건초더미를 신속하게 충원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
            “순식간이었어요.” 그들은 그 말을 계속 되풀이했다. 러셀 카운티에             인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
            거주하는 리사 아널디는 “너무 순식간이어서 떠날 수가 없었어요. 우             갔다. 단 며칠 만에 캔자스 전역과 아이오와, 텍사스, 네브래스카, 오
            리는 320에이커에 이르는 땅에 살고 있는데 말이에요”라며 “집 정문            클라호마, 미주리, 콜로라도처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기증받은 건

            에서 약 3m 떨어진 곳까지 불이 번졌습니다”라고 전했다.                  초더미를 실은 트럭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카운티 네 곳에 날마다
            날이 밝자 정말 가슴 아픈 일들이 목격되었다. 불을 피하지 못한 수             트럭들이 도착했다.
            백 마리의 소가 들판에서 죽었고, 송아지였을 때부터 그 소들을 키워             터커를 찾아온 손자는 트럭이 집 앞으로 지나갈 때마다 성조기를 흔


                                                                                                    september 202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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